COVID-19  •  시장조사

[꼬레 아페르 111호] 한국이 보여준 코로나19 방역 모범

[Translate to Coréen:] Protéger le pays contre le COVID-19 : L'exemple de la Corée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공공 기관의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당성, 더 나아가 합목적성까지도 시험을 거치게 된 것이다. 방역의 효율성, 사회경제적 이익의 수호, 민주주의적 권리와 가치의 존중 사이에서 적 절한 균형을 찾는 일은 결국 사회의 정치적 토대와 직결된다. 한국은 과거의 경험과 더불어 신속한 결집력을 기반으로 K-방역을 통해 이러 한 목표를 조화롭게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한국 보건 의료 제도의 역사

 

한국 감염병에 관한 문헌상 기록은 많이 남아 있다. 대부분 전쟁과 기 근으로 인한 것이다. 1110년 고려 사회에 감염병이 창궐하자 예종은 ‘길 위의 모든 시신을 거두어 매장할 것’을 명령했다. 『세종실록』에는 1447 년 해주 백성 5분의 4의 목숨을 앗아간 감염병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1392년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잇따른 감염병 위기에 맞서 국영 의료기관의 근본적 개혁을 단행했다. 1112년 설치된 혜민국을 혜민 고국이라는 이름으로 계승하고 백성의 치료를 담당하게 해 조 기 사망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1394년 법사상가 정도전이 집필한 『조선경국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기관은 1466년 세 조 치하에서 고위 관청으로 격상되고 혜민서로 개칭되면서 의료 용품 배급과 의료 인력 양성까지 관할하게 되었다. 15세기 의료기관 개혁은 세조 시대의 유학자이자 문신 서거정이 편찬한 『동문선』에 드러난, ‘국 력’은 백성들의 건강에 달려 있다는 주장에 따라 이루어졌다. 1485년 『경국대전』은 건강할 권리와 진료받을 권리를 천명하면서 의원이 환자 치료를 거부할 경우 처벌할 것을 명시했다. 이경록 교수의 저서 『조선 전기의 의료제도와 의술』에 의료기관이 정부기관 또는 일원적인 중앙 행정기관의 성격을 띠게 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립방역연구소(국립보건원의 전신)가 감염 병 전담기관이 되면서 권한 또한 점차 확대되었다. 이후 2003년 사스 (SARS)로 인해 감염병 예방 및 통제 시스템 강화의 필요성이 드러났 다. 그리하여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KCDC)로 확대 개편되었다. 권한이 늘어나고 대응 역량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메르스(MERS) 사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며 미흡함을 드러냈다.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신속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적절한 격리 조 치를 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다. 이후 질병 관리본부의 조직 운영에 한층 더 강화된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개편프로젝트가 구상되었다. 개편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로소 실현되었다. 2020년 9 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됨에 따라 권한과 집행 기능이 확대되었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예방과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R&D)부터 역학조사 자료 수집 및 분석, 감염병 통제 및 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를 총지휘하게 되었으며 정원도 기존 대비 42% 증가했다. 또한 중앙행정기관으로 승격되어 조직·인 사·예산 운영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 역량 결집

 

코로나19가 창궐하자 각 부처는 빠르게 결집했다. 사스 사태 이후 2004년 채택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감염병 위 기경보를 총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2020년 1월 3일 한국은 1단계 ‘관심’ 경보를 발동했고, 2월 23일 최고 단계인 ‘심각’ 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 부(이하 중대 본)가 출범하고 국무총리가 본부 장을 맡아 감염병 대응과 총괄에 힘쓰고 있다. 국민들이 따라야 하는 방역 지침을 비롯해 가 장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관계 부처 합동 조직인 중대본에서 이루어진다. 보건복지부 또한 지침 조정과 감독을 위해 중앙사고수습 본부(중수 본)를 설치했으며 각 부처도 저마다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운영 유지 와 기업 지원을 준비하고, 고용노동부는 고용 유지 지원에 전념했다. 국토교통부는 역학조사 지원 및 신속한 감염 경로 파악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담 팀을 구성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의 협력으로 작동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은 팬데믹에 맞서 위기경보를 재빨리 최 고 수준으로 격상했고, 공공 기관은 이에 총력을 기울여 대응했다. 한편 법원은 법치주의에 근거해 보건 상황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되는 방역 조치에 대해 효력을 정 지했다.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노력은 공공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적 방역용품 부족 사태에 한국 기업들 은 재빠르게 적응해 수급을 맞췄다. 그 예로 2020년 상반기에 마스크 대란이 일자 정부는 마스크 배급 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제조 업체들의 마스크 생산을 장려했다. 민간 부문 도 곧 발맞춰 따라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 계 결과 2020년 1월 137개에 불과하던 정부 승 인 마스크 제조업체의 수가 현재 1,600개에 달한다. 바이오 업체 코젠바이오텍은 3주 만에 유전자 증폭(PCR) 진단 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한편 식이 악처는 메르스 유 행 직후 의료기기법에 따라 도입된 뒤 2021 년 3월 긴급 개정된 긴급사용 승인 절차를 진 행했다. 입법부는 위기에 맞서 국가의 대응력을 제고하고 적절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 해 힘썼다. 2020년 2월 식이 악처가 코젠바이오텍과 씨젠의 진단 키트 긴급사용을 승인한 배 경이다. 현재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승인을 얻은 85개의 생산업체가 전 세계로 진단 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건 분야의 발전이 국가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었다.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K-방역 모델은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제도의 틀 안에서 투명성과 신속성을 바탕으로 모두가 국 민의 건강과 서거정이 말한 ‘국력’을 지키기 위해 합심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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