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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3호] 프랑스와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고찰

[꼬레아페르 113호] 프랑스와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고찰

한국의 에너지 부문 배출량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85% 이상에 달하는 반면, 프랑스의 경우 그 비중이 41%에 그친다. 기후 변화가 금세기의 중대한 쟁점이 된 지금, 이는 한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공공 기관부터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신재생 에너지와 더욱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의 확대, 에너지 효율성, 네트워크 및 저장을 위한 노력의 증대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이미 진행 중인 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 및 환경 사학자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 구원(CNRS) 소속 연구원 장 바티스트 프레소는

“에너지 역사를 서술하는 고전적인 방식은 전환에 중점을 뒀습니다. 산업 혁명 때는 목재에서 석탄으로, 20세기에는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됐었죠. 그리고 오늘날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에너지로의 세 번째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역사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라고 설명한다.

 

프레소는 오히려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에너지가 상호의존적으로 축적된 것이라며 수치를 근거로 주장한다.

또한 “기후 위기라는 엄청난 문제에 직면한 우리는 에너지 및 기술 발전을 대하는 방식을 답습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라고 덧붙인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제기된다. 한국은 G7 국가들에 비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역사가 짧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제1차 국가기본에너지계획’ 및 녹색성장 국가전략(2009년)을 수립하여 한국 경제 최초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2017년이 되어서야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통해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마련했다. 2020년에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몇 가지 예비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화석 연료 비중이 지배적인 에너지 믹스 추이(1990~2022)를 미루어 보면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석유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52.8%에서 37.4%로 감소세를 보였다. 석탄은 27.3%에서 25.3%로 감소했으며 가스는 3.3%에서 19.7%로 증가했다. 재생 에너지와 바이오 연료는 0%에서 각각 2%와 2.8%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원자력 에너지는 14.7%에서 12.5%로 하락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2020년 한국의 에너지 집약도는 5.4MJ/USD로 20년 전보다 2.2p 감소했지만 같은 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평균(3.8) 및 프랑스의 수치(3.4)를 상회한다. 2020년 한국의 탄소 집약도 역시 225gCO2/USD로 IEA 회원국 평균(185), 선진국 중 우등국인 프랑스의 수치(97)와 대비된다.

한국의 총 에너지 수요는 2021년 5.4% 이상 증가하는 등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으로, 30년만에 3배 늘어나 약 300백만toe에 달했다. 에너지 정보 및 자문 업체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의 총 에너지 수요는 1991년 237백만toe에서 2021년 235백만toe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한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 경제는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등 에너지 집약적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호황을 맞았다. 이는 산업화를 뒤로 하고 서비스 분야에 비중을 둔 프랑스와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인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오랜 기간 저비용 에너지 공급을 우선시한 한국의 전략은 한계를 보인다. 그러나 화석 연료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그리고 기후 위기로 인해 저탄소 에너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프랑스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각각 22%, 40%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으며, 원전 수명 연장 및 신규 원자로 가동, 수소 산업 발전 계획 등 공통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뱅상 불랑제 EDF 리뉴어블 코리아 CEO는 “예비조사 결과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된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이용 가능한 토지 면적은 적은 반면 태양 및 바람의 노출량은 평균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해상 풍력 시장의 구조와 개방성에 이끌려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와 마찬가지지요.”라고 말한다.

프랑스 전력공사 EDF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포트폴리오를 40GW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불랑제 CEO는 “500MW에서 2GW규모의 재생 에너지 발전 단지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부유식 풍력 발전 단지 개발에 역 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산업처럼 해당 산업에도 수십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대략적인 발전 규모를 말씀드리자면, 1GW 는 약 150만 명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입니다.”라고 첨언한다.

하지만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현재 한국 내 18GW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은 초기 허가를 취득했지만 실제로 구현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불랑제 CEO는 이렇게 설명한다. “발전 단지를 운영하려면 29개 의 허가를 취득해야 합니다. 한국 시장은 독특한 구조 덕분에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개발 구역 및 사업 선택을 개발업자들의 손에 맡기면서 해상 풍력 개발 산업이 ‘무정부’적 성격을 띠게 된 것입니다.”

이 같은 한국의 시장구조는 기회주의적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반면 프랑스를 필두로 한 대부분의 국가는 어업, 항해, 환경 등의 조건을 고려해 해상 풍력 개발 구역을 선정하고, 이후 입찰 공고를 낸다. 다소 길 수는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된 과정이다.

한국은 독특한 시장 구조 외에도 공급망, 국내 산업 성숙도, 국민 수용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편 프랑스는 한국보다 앞서 해상 풍력 분야에 진출했지만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뒤처져 있다. 프랑스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규제 장벽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 사례 연구는 에너지 전환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장기적으로 적절하고 일관된 공공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경제 및 산업 발전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 기온이 0.1°C만 상승해도 치명적인 지금,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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