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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상

6월 9일 오후 5시, 기업 대표, 임원, 기관 담당자, 일반인 등 4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 Zoom’을 사용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가 일으킬 파장에 걱정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의 세상(포스트 코로나)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한불상공회의소가 6월 9일에 연 회의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 즉, 포스트 코로나를 토론의 대상으로 다룬 이유다. 이날 회의에는 장 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자크 아탈리 포지티브 플래닛 대표, 김건 외교부 차관보, 김연희 BCG코리아 대표파트너가 모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비전을 나누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고비는 어느 정도 넘긴 상태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정치, 경제, 지정학, 사회, 철학 분야에서 다양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흔들리는 세계의 거버넌스

첫 번째 큰 변화는 힘의 요인과 세계 질서의 재편이다. 국제 관계의 균형이 깨지고 다자주의의 개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라파랭 전 총리가 이러한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냉전을 선포했습니다. 앞으로 국제 관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럽은 여러 가지 도전에 놓이는 민감한 입장이 된다. 두 개의 초강대국을 앞에 두고 유럽이 하는 역할, 미국의 파리 조약 탈퇴, 브렉시트, 러시아 문제, 나토의 상황이 현재 유럽이 안고 가야 할 과제다. 또한, 라파랭 전 총리는 이번 세미나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특정 형태의 정부가 비교우위를 누릴 것이라는 점에 의문을 표했다.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면서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 사이에 모순이 생길 것입니다.”

프랑스 몽테뉴 연구소의 외교전문가 미셸 뒤클로의 말을 인용하자면, 세계의 대다수 나라가 ‘새로운 권위주의적 지도자’(터키의 에르도안, 헝가리의 오르반, 러시아의 푸틴 등)과 국가주의적 포퓰리즘 지도자(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볼소나로, 인도의 모디 등)에게 통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 외교부 차관보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았다.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내놓은 의견은 이렇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국수주의 바람이 불 수 있습니다. […] 우리는 두 가지 대안 사이에 놓이게 됩니다. 하나는 좀 더 포괄적이고 글로벌한 미래, 또 하나는 좀 더 배타적이고 고립된 미래죠.” 따라서 세계의 거버넌스 재편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과 중국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코로나19에 대한 결의안에 합의를 볼 수 없었다. “냉전시기에도 미국과 소련은 소아마비 백신 연구를 활발히 하자는 합의에 도달했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조제프 보렐의 글[i]이다.

 

민주주의의 미래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대만,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홍콩과 같이 민주주의 제도를 잘 수행하고 있는 사례로 통한다. “코로나 사태로 힘의 사다리가 달라졌습니다. […] 한국은 새로운 지위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의 말이다. 필립 르포르 대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래에는 한국이 특별한 강국이 될 것입니다. 이웃 국가 중국을 고려해 한국이 동북아 지역 환경에서 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타국가를 배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타국가와 협력하고 부수적인 요소를 보충해 자국의 영향력, 자주성, 주권을 강화할 것이다. 프랑스와 같은 무역 상대국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과 협상할 카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자크 아탈리는 유럽이 한국식의 모델이 아니라 중국의 사례를 따라갔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자크 아탈리는 이제라도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니 유럽이 한국 모델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식 모델 도입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의료 장비를 막대하게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포지티브 플래닛(Positive Planet) 재단의 대표이기도 한 자크 아탈리는 이러한 방향에서 ‘민주주의 방치’에 반대하며 투쟁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를 마주한 경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최선을 다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생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 생활 경제는 언론의 자유, 교육과 함께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도구다.”[ii]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 경제 고문을 맡기도 했던 자크 아탈리에 따르면 생활 경제 분야에 해당하는 의료, 위생, 폐기물 관리, 수도 배급, 스포츠, 식량, 농업, 교육, 청정에너지, 디지털, 주택, 토지, 문화, 보험과 대출 같은 분야를 발전시킬 때다.

다음에 열릴 다보스 포럼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김연희 BCG코리아 대표파트너도 같은 의견이다. 경제 주체들은 이번 변화의 기수가 될 것이며 개별화된 소비자들의 새로운 기대에 맞추어야 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컨텐츠(특히 동영상과 스트리밍)가 폭발적으로 발달할 것이다. “사람들마다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더 이상 온라인에서 오락을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의 현대백화점이 내놓은 온라인 문화 강연이 거둔 큰 성공이 이러한 움직임을 잘 보여줍니다.” 김연희 대표파트너가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컨텐츠는 점차 전문가들이 만들 것이며 점점 더 까다롭고 온라인을 선호하고 건강 문제에 예민한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로 발생할 결과를 비관적으로 볼 이유도 많지만, 지구 살리기와 같은 주제에서는 시민 사회들의 세계적 합의 같은 것이 새롭게 나타날 수 있어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다. 위험한 이 시기에 기억해두면 좋을 희망의 메시지이자 이타주의에 대한 기대다.


[i] 조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보고서 <코로나19 : 포스트 코로나 세상이 이미 시작되었다>, 외교정책, 2020년 2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ii] L’économie de la vie(생활 경제), 자크 아탈리, Fayard 출판사,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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