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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3호] 한국 에너지 정책 내 원자력 현황

[꼬레아페르 113호] 한국 에너지 정책 내 원자력 현황

한국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역내 전력망에서 고립되어 있는 에너지 자원 부족 국가다.

전자, 철강 및 조선 분야 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폭증(1990년과 2015년 사이 연평균 4.5% 증가)하면서 저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한국의 발전설비 용량은 1970년대부터 10 년마다 2배가량 증가하여 2021년 말에는 124GW를 기록했다. 전원 믹스 현황에 따르면 석탄, 가스 및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가 약 67%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자력이 약 2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6%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정책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점진적 탈원전・탈탄소를 중심 과제로 내걸고 재생에너지의 적극적 발전에 역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폈다. 그러나 적은 일조량과 산악지형 등 터빈 가동에 불리한 한국의 지형 특성상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

2022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수정당이 재집권하게 되었다. 취임 직후 윤 대통령은 원자력이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내 전원 믹스 내 원전의 재도약을 확약했다. 점진적 탈원전 정책 포기, 전 정부에서 중단됐던 원전 2기 건설 재개, 운영 허가 기한이 만료된 원자로의 수명 연장까지 신속하게 발표한 것이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민간 원자력 산업 강국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주요 경쟁국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는 원전 25기가 운전 중이고 5기는 건설 중이다. 가장 최신 원전은 지난 12월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은 프랑스 원전 EPR에 대항하는 3세대 원전 APR-1400을 위시해 독자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PR-1400 모델은 현재 운전 중인 원전 3기와 건설 중인 원전 5 기에 적용되었다.

한국은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스마트(SMART)’를 보유하고 있으나 높은 전망성에도 불구하고 구매자가 전무했다. 한국전력공사가 2028년 첫 번째 모델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의 경우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주도 하는 뉘와르(NUWARD) 프로젝트와 경쟁 선상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와 APR-1400 4기의 첫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UAE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는 원전 2기는 아랍 지역 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다. 한국은 해당 계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신뢰성 있는 원전 공급국으로서 입지를 구축했다.

한국은 아라비아반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폴란드, 체코, 사우디아 라비아의 원전 수주를 두고 EDF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수력원자력(KHNP)은 폴란드 민간 기업과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 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반면 세계 원전 수출시장 내 한미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 9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두 국가 정상이 원자력 분야 상호 협력을 약속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한국 원자력 산업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이 1980년대에 개발한 원자로 설계 기술에서 파생되었다. CE는 프랑스 알스톰(Alstom)을 잠시 거친 뒤 2001년 웨스팅하우스에 인수합병되었다. 현 라이선스 보유자인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사용 협정은 2007년에 만료되었지만 일부 조항의 효력이 같은 해 체결된 협력 협정 덕분에 지속되면서 UAE 원전 수출 계약에 적용되었다.

한국은 UAE와의 계약 성사 이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전수 계약에서 벗어났다는 판단하에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에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와 폴란드 간 한국형 원전 수출 협력 의향서 체결 당시 웨스팅하우스의 반응을 보면 상황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말 한전은 난관에 봉착했다. 24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27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중앙은행의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정부가 자국 산업의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 요금 동결 정책을 펼친 것이 이 상황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전에 전기 요금 인상을 허용했다. 인플레이션을 심화(연 말 기준 5%)시키고 자국 수출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위험을 감수한 고육지책이었다.

한국형 원전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취약하다는 사실 또한 거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모든 사용후핵연료는 원전부지 내 수조에 임시 저장된다. 일부 수조의 포화율은 90% 이상에 달한다. 한국은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지만 임시 저장 후 직접 처분하 는 미국식 관리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필요한 저장소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수조는 포화 상태에 이를 위험이 있으며 노후 원전의 가동이 조기 중단될 우려가 있다. 반면 사용후핵연료 관리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아온 프랑스는 두 가지 유형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단기적으로는 프랑스 원전기업 오라노(Orano)가 라아그(La Hague)에 설치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고, 중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건식 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외에도 최근 한국 정책의 변화는 프랑스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원전 가동 수명 연장은 곧 농축 우라늄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40년간 프랑스는 오라노를 통해 한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이고 정기적으로 농축 우라늄을 공급하고 있다. 오라노는 한국의 원전 산업 발전에 발맞춰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업적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프랑스는 EDF의 ‘그랑 카레나주(Grand carénage)’ 프로그램을 통한 원전 수명 관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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